영화 '트로이' 리뷰 (헬렌, 브래드피트, 전쟁서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대작 <테넷(TENET)>은 시간 역행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복잡한 내러티브로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해석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2020년 개봉 이후 지금까지도 활발히 분석되고 있는 이 영화는, 2025년 현재 시점에서 다시 정리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테넷의 핵심 개념인 '시간 역행', 주요 등장인물의 결말, 그리고 흩어져 있는 떡밥들을 총정리하여, 테넷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테넷’의 가장 핵심적인 설정은 바로 시간 역행(inversion)입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개념이 아니라, 사물이나 인간이 시간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거꾸로 흐르는 시간’을 살아가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작중에서 이 시간 역행은 ‘턴스타일’이라는 장치를 통해 구현되며, 이를 통해 인물들은 과거로 돌아가면서도 과거의 자신과 교차하거나, 인과관계를 초월한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거꾸로 움직이는 총알을 손으로 잡는 장면은 그 총알이 시간 역행 상태에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입니다. 시간 역행은 단순한 시각적 트릭이 아니라, 극 중 세계관의 전반적인 논리를 설명하는 장치입니다. 특히 '블루팀'과 '레드팀'이 각각 시간의 정방향과 역방향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템포럴 핀서' 작전은 영화의 절정에서 이 개념을 완성도 높게 구현한 예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누군가가 현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제와 함께, 원인과 결과의 전복이 가능하다는 SF적 상상력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테넷의 결말에서 가장 충격적인 반전은 ‘닐’의 정체와 운명입니다. 닐은 처음부터 주인공을 도와주는 동료로 등장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미래에서 온 존재이며 이미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블루팀의 역방향 작전에서 닐은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먼저 과거로 이동하고, 결국 그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관객은 닐이 과거의 작전에서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움직였는지를 퍼즐처럼 맞추게 됩니다. 더 나아가, 닐이 주인공이 미래에 창설할 ‘테넷’ 조직의 일원이라는 점, 즉 주인공이 미래에서 이 모든 사건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점이 암시됩니다. 이로 인해 "주인공 = 닐을 고용한 보스"라는 구조가 성립됩니다. 결국 테넷의 결말은 인물들의 감정선보다는 구조와 논리에 의해 설계된 퍼즐로 마무리되며, 이를 통해 놀란은 기존 서사의 인과관계를 완전히 전복하는 새로운 서사 구조를 제시한 셈입니다.
테넷은 수많은 복선과 떡밥을 숨겨둔 영화로 유명합니다. 첫 장면인 키예프 오페라 하우스 작전부터 이미 닐이 주인공을 구한 장면이 등장하며, 닐의 배낭에 달린 열쇠고리가 결말에서 밝혀지는 떡밥의 핵심이 됩니다. 또한, 주인공과 닐의 첫 만남에서 닐이 주인공의 취향(탄산 없는 다이어트 콜라)을 이미 알고 있다는 설정은, 닐이 주인공을 이미 오랫동안 알고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선형적인 시간이 아닌, 뒤섞인 시간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입니다. 하지만 일부 떡밥은 여전히 모호하게 남겨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닐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간 역행을 해왔는지, 사토르의 아들이 미래에 어떤 인물이 되는지 등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여백은 관객 각자가 퍼즐을 조립하며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테넷’이라는 영화의 반복 관람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테넷은 한 번의 감상으로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시간 역행이라는 복잡한 개념, 인물들의 얽힌 시간선, 수많은 복선과 떡밥이 관객에게 도전장을 내밉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가 논리적으로 설계된 구조 속에서 하나씩 풀려나가는 과정을 즐기다 보면, 그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테넷을 감상하며, 당신만의 해석을 찾아보세요.